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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년 스물한살. 별명은 붕어다.
생긴 것도 어류를 닮았으나, 아침에 얼굴이 퉁퉁 부어있을 때는
특히 더 붕어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닉네임이다.
(영화 <아바타>의 나비족을 닮았다는 말도 있다)
안타깝게도 깜빡깜빡하는 기억력도 붕어를 닮았다!
연구실에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핸드폰, 발견하시면 일단 저에게 보내주세요.
몸보다 마음이 급할 때가 많아 자주 넘어진다. 자중하려고 노력 중이다.
십대, '쎄게' 공부하는 연구실을 만나
무작정 학교를 뛰쳐나온 후 연구실 죽순이로 여지껏 눌러 앉았다.
공부를 하고 싶어서 왔는데
정작 배울 것들은 책 바깥에 수두룩했다.
청소하는 법, 밥을 짓는 법, 건강을 관리하는 법, 공간의 주인이 되는 법,
감정에 대해서,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해서, 예의에 대해서, 나 자신에 대해서
...
편하지만은 않았던 이 시간 동안 좌충우돌 구르면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스킬들을 속성으로 익혔다.
학교 나오길 잘했다
ㅋㅋ
이십대, '함께' 공부하는 학우들을 만나
읽고 쓰는 방도를 익혀가는 즐거움을 맛보고 있다.
함께 있으면 일단 재밌다. 그런데 거기에 덤으로 고민, 다른 언어, 수다와 웃음까지 생긴다.
이 북적거림이 내 삶의 서사다. 이게 또 한글 프로그램의 흰 여백을 빼곡히 검은 글자로 채우는 서사가 된다.
모호한 마음과 고민들, 망상들, 감춰져 있었던 질문들이
적확하고도 시의적절한 '말'을 통과하면서 생생해지는 그때의 긴장감이 좋다.
제대로 된 말보다 삽질할 때가 더 많지만.
이 짜릿함을 한 번 맛보고 나면 삽질이라도 계속 하고 싶어진다.
이 생생함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때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
공부. 아직까지 중구난방이다.
푸코와 루쉰을 만나면서 처음으로 뿌리가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
들뢰즈와 가타리가 쓴 <천 개의 고원>을 좋아하고,
담백한 문장이 좋다.
앞으로는 서양 고전 철학을 쭉 공부할 예정인데
정도로 갈 줄 모르는 비스듬한 성격 탓에 중간에 어디로 튈지는 모르겠다.
(해완은 2020년 현재 쿠바에서 특파원으로 활동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