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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연구실에 처음 왔다.
연구실이 어떤 곳인지 아무것도 몰랐다.
대중지성이라는 1년짜리 강의를 들으러 왔을 뿐.
근데 공부할 책상도 강의 듣는 우리가 놓고, 공부가 끝나면 청소도 하란다.
밥도 연구실에서 먹고, 조금 지나니 밥도 하잖다.
이건 뭐지 싶었다.
그래도 하자니 했다.
그리고 지금은 밥 안하고, 청소 안하는 공부가 상상이 안 된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강의를 들으러 왔다가
이제는 강의를 하는 사람이 됐다. 책도 썼다.
그래서 난 종종 연구실의 장종훈, 그러니까 연습생 신화로 불리곤 한다.
그 신화의 비법 중 반은 밥하고 청소하고 사람들과 씨름하며 공부하는 연구실의 일상이다.
내게는 연구실의 일상 그 자체가 공부꺼리고, 공부의 힘이다.
그 힘으로 공부를 일상으로 삼았다.
비법의 다른 반은 눈치.
그닥 머리가 좋지도 못하고, 가방끈도 그리 길지 못한 나는
연구실 생활을 시작하고 1~2년은
세미나를 들어가도 연구실 선배들이 토론하는 내용을 전혀 알 수 없었다.
나누는 그 이야기가 대체 책에 나오는 이야기인지,
누군가 제기한 문제에 왜 저런 대답을 하는지 당최 알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열심히 눈치를 봤다.
책을 어떻게 읽어내는지, 질문은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 등등.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지금은 세미나에서 너무 떠들어 문제다.(^^;;)
그렇게 좌충우돌 속에서 지금까지 왔다.
지금도 그 좌충우돌은 계속되고 있다.
난 이런 식의 공부가 마음에 든다.
공부하기 전의 나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에 헉헉 거렸는데
그 무거움이 좌충우돌 속에서 조금씩 떨어져 나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음...사실...난 여전히 무겁다.(-_-;;)
그래서 내 공부의 목표는 유쾌한 생명되기, 청명한 마음자리 가지기다.
이 목표를 가지고 나는 내일 또 씨름할거다.
아마도 매번의 그 씨름들이 실패로 끝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실패하면 어떠랴.
중요한 것은 매번이 다른 실패이고자 노력하는 것일테니.
그러니 Go,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