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신화 읽기 세미나s-2 / 황금가지 / 마무리 / 2022.08.26 / 미리내
주술, 자연과 인간의 매개활동
원시인류가 거대한 자연의 변화에 몸을 낮추고 사유한 가장 초보적이고 단순한 사유가 ‘주술’이라고 한다. 인간에게 열려져 있는 수많은 위기들과 마지막 재앙인 죽음을 피하기 고안해낸 갖가지 규칙들은 터부라는 강력한 제한장치를 만들었다. 주술의 힘으로 자연의 운행을 관장하고 원시사회를 이끌었던 특별한 사람들은 숭배 받고 신으로 대접받았다고 한다.
원시인에게 온 우주는 영혼을 지닌 살아 있는 세계로 관념되었다. 나무나 식물도 예외가 없었다. 이후 나무의 정령은 나무의 몸을 벗어나 자유롭게 옮겨 다니는 존재가 되었고 인류의 관념속에서 추상적이고 영적인 존재로 자리 잡았다. 황금가지는 자연의 정령, 특히 나무의 정령을 숭배하는 원시 신앙에 집중하고 있다. 나무의 정령에서 시작된 영혼은 숲의 정령이 되고 모범이 되는 왕의 탄생, 인신의 만들었다.
프레이저는 황금가지 전편에 흐르는 주술적인 요소들이 원시사회가 가진 경험부족으로 인한 오류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달랐다. 원시사회는 자연을 경외의 대상으로 보았으며 그 관계성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존재의 방식을 변화시키고자 애썼다. 그 방법이 주술적인 행위가 되었고, 그 행위가 점점 복잡하고 어려워지자 대신할 존재로서 왕(신)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클리퍼드 기어츠의 『극장 국가 느가라』에서 의례를 통해 영혼 불멸하는 삶을 추구했던 발리인들이 우주의 중심으로서 모범이 되는 왕의 존재가 필요했던 것처럼 말이다.
철학적 사유와 과학의 발전이 가져온 진리들이 주술을 야만적이고 미신적인 것으로 치부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신앙을 추구하는 종교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큰 나무에 금줄을 두르고 치성을 드리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이어지고 있고 터부를 어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하다. 이런 감각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저장하고 있는 원시적 사고의 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신화학을 공부하면서 이런 원시성이 나카자와 신이치의 대칭성,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이며 지속시켜가야 할 인류의 공통감각이라는 생각이 분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