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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읽기세미나 s-3/『황금가지2』/ 54장 성례전적 동물 살해의 유형/2022.10.13./ 탁금란
동물 숭배는 생존을 위한 상호부조 의식
농경사회에서 곡물정령 살해가 노령으로 쇠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건강하고 젊은 후계자의 몸에 영혼을 옮기는데 있었다. 곡물정령은 절대 죽지 않아야 한다는 의식은 곡물정령이 사람의 형태, 동물의 형태로 표상되며, 대리자로서 살해되어 먹힌다는 점이다.
54장 성례전적 동물 살해의 유형에서는 동물숭배와 살해의 방식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희생제에는 ‘숭배’가 깔려있다. 동물숭배는 크게 둘로 나뉘는데 먼저, 숭배의 대상이기 때문에 죽이거나 먹지 않는다. 이 경우 동물이 인간에게 제공하는 보호와 충고, 협조 등 적극적 이익과 인간이 동물에게 받는 피해를 모면하기 위한 소극적 이익이 발생한다. 둘째 숭배 유형은 관례적으로 죽여서 먹기 때문에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아이누 족에게 곰 고기나 가죽은 식량과 의복으로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 물리적 이익을 얻는 셈이다. 그러나 곰은 영리하고 힘이 세기 때문에 곰 족속에 대해 동족의 죽음으로 겪게 된 손실을 보상해 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아이누족은 새끼 곰을 길러서 살아 있는 동안 공경, 애도, 애정을 표한 후 죽이며 다른 곰들이 위안을 얻어 살해자를 공격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떠나 아이누족의 생계를 박탈하는 보복을 하지 않는다고 여겼다. 이러한 희생제의는 공감주술의 원리에 입각하고 있다. 공감주술은 인간이 필요에 따라 자연의 여러 힘들을 이용하고자 노력했던 가장 초기 단계의 방법이었다.
동물살해는 비일상적인 살해와 일상적 살해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비일상적 살해는 평소에는 죽이지 않는 유형으로 이집트 형이라고 한다. 남인도 유목민 토다족은 물소를 신성시 여겨 숭배한다. 특히 암컷 물소는 절대 먹지 않는다. 수컷 물소도 거의 먹지 않지만 딱 한번 예외적으로 살해하여 먹는다. 이때 여자는 고기를 먹을 수 없다. 반면 일상적인 살해는 속죄의 제물을 바침으로써 용서를 빈다. 동물이 강력하고 위험할 경우에는 특히 그렇게 해야 한다. 이런 유형을 앞서 말한 아이누 형이라고 한다. 유목민 부족은 이 두 형식을 모두 보여주는데 코카서스 지방의 아브하즈족은 봄에 공동 식사를 하는데 이는 하나의 성찬으로 상호원조, 상호부조의 서약이다. 서약을 파기하는 자는 신에 의해 복수를 당한다고 여겼다.
이런 관습에 대해 펠킨(R.W.Felkin)박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의식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의식을 행하기 전에는 매우 슬퍼 보였던 사람들이 의식이 끝난 다음에는 매우 유쾌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희생된 동물을 취하는 방법에도 접촉의 형태와 먹음의 행태로 나뉜다. 희생된 동물의 털을 신체에 붙이고 피를 뿌리는 행위는 신과의 영적 교제를 나타내는 한 형태라고 할 수 있고, 피를 마시거나 고기를 먹는 경우 신적 생명의 매개체를 내적으로 취하는 형태이다.
신성한 동물의 행렬
신성한 동물들을 집집마다 끌고 다니면서 모든 이에게 신적 효험이 옮겨가기를 바라는 교제의 형태이다. 곰을 도살하기 전 길랴크의 곰 행렬, 펀자브 지방의 뱀 씨족, 유럽에 잔존하는 ‘굴뚝새 살해’는 모두 동일한 사고의 유형에 속해 있다. 숭배하는 동물을 엄숙하게 살해한다. 동물신에게 기대하는 영험의 일부가 숭배자들에 옮겨지도록 집집마다 다니다. 그 밑바닥에는 축복이 담겨있다. 잠자리와, 입을 것, 먹을 것이 풍성하게 하고 가족의 건강까지 바란다. 다가올 재난, 질병, 사악한 마술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고 믿었다.
곡물정령과 식물신, 신성 동물을 모두 신으로 여기고 숭배했던 이유가 단지 먹어야 사는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생명체를 감각적으로 느꼈던 원시인류는 두려움의 존재로서 정령을 관념화했다. 정령은 모습이 바꿔야 하고 어디든 머물 수 있어 소멸되지 않아야 했다. 정령이 머물러야 모든 풍요가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정령이 신이 되고, 신의 존재는 과학이 대신하고 있는 지금 풍요와 삶을 보장하는 숭배는 어디에 있나 고민하게 된다. 우리가 숭배할 것이 너무 물질적인 것에 치우쳐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프레이저가 계속 ‘미개인’이라고 쓴 용어에도 신경이 쓰이지만 『황금가지』를 읽는 내내 원시인류의 생명감각을 잃어버린 것이 미개해진 현재인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