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신화학s3/트릭스터 이야기 / 2022.12.16. /미리내
1장. 코요테, 세상과 다른 몇 가지 사물을 창조하다
훔치다
見物生心, 물건을 보면 호기심이 생기고 그러면 훔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태초의 인류가 세상을 느끼는 방식은 견물생심이 아니었을까?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신화 『북아메리카 원주민 트릭스터 이야기』 1장을 읽고서 든 생각이다.
인간이 처음 세상에 등장했을 때는 동물과 인간의 구분이 없던 시절이었다. 동물들은 인간 같고 인간들은 동물 같았다고 한다. 인간보다 더 신성한 힘을 가진 강력한 존재는 동물이었고 동물이 인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때, 동물이 만든 새로운 인간이 동물과 닮아서 동물이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고 한다. 인간보다 더 강력하고 신성한 존재가 동물이었고 더욱 특별한 힘을 가진 존재가 있었다. 이중적 또는 양가적 본성을 거침없이 드러내도 신성한 존재였다.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신화에는 코요테가 그런 존재이다. 그는 거짓말 잘하고, 비열하고, 사악한 성격을 가졌지만, 정의를 추구하고, 호기심 많은, 주술을 사용할 줄 아는 창조자이다. 그는 땅, 인간을 만들고, 인간에게 해, 달, 불을 가져다주었는데, 코요테가 인간에게 준 빛과 따뜻함은 훔친 것이었다.
결핍과 풍요는 언덕 저 너머를 경계 삼았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너머를 경계 삼아 서로 훔치는 관계임이 분명하다. 인간이 가진 것을 동물이 훔쳐가고 동물이 가진 것을 인간이 훔쳐가면서 인간과 동물 사이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전쟁도 치러야 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경계를 넘어 소유권이 바뀌면 끝이었다. 훔치더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전쟁은 원치 않았기에(「코요테, 여름을 훔치다」, 63쪽) 경쟁보다는 공평을 추구함으로써 나눠 가졌다.
인간들이 세상을 소유하기 시작했다. 해와 달의 시간을 소유하고 변신하는 불의 힘을 소유했다. 우리가 만들어낸 모든 사물의 근원에 ‘훔침’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어디로 어떻게 돌려줘야 하는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