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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사유기행

서양사유기행 10주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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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ris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5-14 21:13 조회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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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사유기행/10주차 후기/2018.5.14/박주영

   

  저희의 정신을 혼미하게 했던 정신의 발견을 마치고 드디어 종교에서 철학으로에 입문했습니다. 콘퍼드의 종교에서 철학으로는 개념 및 내용이 명쾌하게 정리되어 있는 편이지만, 지식이 짧은 저희에게 역시나 어려운 책이었네요. 근영샘은 이 책을 읽을 때 물활론(모든 물질은 그 자체 속에 생명(활력, 혼 또는 마음)을 갖고 있어 생동한다.) 입장에서 봐야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콘퍼드는 물질도 자기동력이 있다고 강조를 했다고 합니다. (아직, 자연, 과학적 전통 등에 대해 읽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저희는 근대과학의 영향을 받아서 물질은 생명력이 없고 자기동력이 없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자석, 방사능 등 자기 스스로 힘을 내는 것이 존재하고 있으며, 화학 주기율표에 있는 원소들의 각각 특징을 고려하면 물활론이 여전히 지속하고 있습니다.

   10주차에 다룬 내용은 1장 운명과 법칙, 2장 모이라의 연원이었는데, 일리아스 등 그리스 고전에서 등장했던 운명에 대해 깊이 사유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말하는 운명, 모이라는 원소들이 정해진 바에 따라서 질서지어지고 각자의 장소에 배치되는 것‘, ’신들도 종속되는 원초적이고 도덕적인 힘을 의미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할당분‘, ’배당된 몫을 뜻했으며, 이는 시간적이라기보다는 공간적인 개념으로 봐야합니다. 모이라는 인간뿐만 아니라 신들도 제약하며, 도덕적 율령으로 옮음과 그름의 도덕적 한계를 짓습니다. 그리고 이 한계를 넘어서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는 즉각적으로 네메시스(인과응보)를 유발할 위험이 있습니다. 모이라는 그리스 신학, 우주론, 철학에서 다양하게 강조되었는데, 콘퍼드는 원시적인 다른 종교체제(토테미즘), 타민족 사례 등을 분석하며 모이라의 연원을 설명했습니다.

   모이라의 연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집단표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단표상은 특정의 사회집단의 구성원들에 공통적이며 집단 내에서 세대에서 세대에로 전승되는 것입니다. 실제 우리가 행하는 개별적 사고행위는 독창적일지라도 집단표상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으며, 집단표상은 사회에 형성되어 주어진 것입니다. 법칙, 질서 등은 시대의 표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콘퍼드는 종교, 철학, 과학 등을 이해할 때 집단표상의 지반에서 이해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콘퍼드는 종교와 철학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집단표상하에 놓여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집단표상은 이미지로 인류학적 접근법으로 볼 수 있는데, 푸코가 강조한 에피스테메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에피스테메는 그 시대에 작동한 사유패턴을 의미하므로 두 개념은 A가 있을 때 A가 있던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그 방식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표상은 다르지만 에피스테메가 같을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아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명품을 선호하는 반면, 강학원 등 공부단체에 있는 사람들은 책을 사거나 강의를 듣습니다. 표상(명품쇼핑, 책 구입 및 강의 수강)은 상반되어 보이지만, 기저에 에피스테메(무엇을 쇼핑하는 방식으로 행하는 것)는 동일한 것이죠.

   아무튼 모이라도 집단표상의 일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콘퍼드에 따르면, 모이라는 사회집단이 모이라의 원형적 전형이 될 수 있다고 봤으며, 토템적 사회를 적용하여 설명했습니다. 토템적 사회에서는 사회체계가 투사되어 자연적 대상들도 사회적 집단에 속하고 자연적 질서도 사회체계와 동일한 방식으로 설정됩니다. 인구 과밀의 압력으로 부족영토는 분할되었고, 이런 분할적 구조는 외화되어 우주에 투사되었는데, 이런 사고방식은 주니스족, 폰카스 부족, 멕시코 원주민 등 다양한 곳에서 보였다고 하네요. 요약하면 초기단계에서 경험적 세계 전체는 부족적 소우주를 반영하는, 또는 그것과 연속적이고 질서 잡힌 구조, 코스모스로 분할되어 있었고 이는 사회적 연원을 갖는 유형의 표상들에 의해 기술된다고 말할 수 있는데, 자연의 질서가 지닌 신성하고 도덕적인 성격은 이 사실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우리는 콘퍼드의 분석을 통해 서구사회에서 보는 운명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고, 여기에서 서양에서 강조하는 분배의 정의가 뿌리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회사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합당한 역할, 보상의 배분에 익숙하여 운명을 역할과 영역, 몫의 배분으로 보는 것이 이해가 너무 잘 되었는데, 근영샘은 이런 방식으로 보는 것이 서구사유의 독특한 지점이라고 했습니다. 서구에서 바라보는 조화로운 사회는 분배가 잘 되는 사회, 건강한 몸은 각 기관이 맡은 기능을 잘 수행하는 몸(반면, 동양에서는 순환이 잘 되는 몸)인 것을 보면 분배의 정의가 다양한 지반에서 작동하고 있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경제에서 이를 잘 보여주고 있는데, 자원이 희소한 상황에서 분배가 잘 되려면 결국 성장하여 파이를 키워 분배하는 몫을 늘리는 방식으로 갈 수 밖에 없는데, 이는 한계가 있으므로 다른 길을 내는 사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모이라 관련하여 나눴던 얘기를 하나 더 하겠습니다. 저는 모이라를 넘어서면 터부인 모든 것들이 놓여 있고, 이 경계의 보초는 죽음이라고 되어 있기에, 모이라를 넘는 것은 오만이라는 방식으로 이해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인간은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 죽는 것이 필연이기에 운명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죽지 않는 존재라면 과연 경계를 넘어설까? 아마 그 영역 내에서만 있으려고 할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진화가 불가능하겠죠. 그래서 인간은 죽는 존재라서 한계가 있으나, 이것이 오히려 인간의 가능성이며 진화가 가능한 조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내가 새로운 존재가 되려면, 기존의 나는 죽어야, 내가 갖고 있는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밖에도 우주생성 내용이 재밌었는데, 우주생성론은 결혼과 함께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과 땅의 분리와 함께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태초에 카오스가 존재하게 되었다.”라는 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무형적인 혼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벌어진 틈, 대지와 하늘의 둥근 천장 사이에서 볼 수 있는 틈새, 그 아랫부분이 공기와 안개와 구름으로 차 있는 틈을 의미했다는 것입니다. 하늘과 대지 사이의 틈(차이)에서 우주적 에로스가 나타나 결합을 할 수 있었습니다. 동일한 것 사이에서는 아무것도 낳을 수 없고, 차이가 있는 것 사이에서 결합이 가능함을 알려줍니다. 초기 우주론자들에 따르면 개체 생성의 원인은 사랑, 조화, 그리고 분쟁, 갈등, 전쟁이었다는데 이 두 표상은 화해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며, 이들은 반대자들의 만남을 표현하는 두 방식일 따름입니다. 두 반대자들은 상호 적대적이고 서로 영원한 전쟁상태에 있는데, 이 전쟁은 서로 영역을 침범하려는 상호 침략 전쟁임과 동시에 두 요소의 혼합, 화해 또는 결혼이기도 하며, 이를 통해 두 원소들은 복합체인 개체들을 탄생시킵니다. 사랑과 전쟁은 적대적인 개념이 아니라고 할 수 있네요. 즉 전쟁이 가능한 자 사이에서 사랑도 가능하다는 걸 알았는데,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며 영역을 구분하는 자들 사이에서는 사랑이 일어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애포기, 저출산 등은 어찌보면 관계에 있어 서로 침범하기를 두려워하는 세대들에게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어요. ‘종교에서 철학으로를 혼자 읽을 때에는 그저 모이라의 개념과 형성과정이 잘 정리되어 있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세미나를 하고 나니 콘퍼드가 알려주는 여러 개념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반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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