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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공자스쿨1기 청공 1기

[청년공자스쿨] 일지(3)지각하는 사람의 표정

게시물 정보

작성자 민지에요 작성일18-02-04 20:18 조회424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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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공자스쿨일지3_지각하는사람의표정_김민지.hwp



2018.2.4. 청년공자스쿨일지3


지각하는 사람의 표정

12MT의 여운

김민지



MT라니 벌써 2주전 이야기다. 그날의 화두 지각에 걸맞게 이 글 또한 늦었다. 다행히 당시 12일 일정동안 정화스님의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세요라는 책을 접했던 터라, 스님의 말씀을 새기며 스스로 질책하는 마음을 물리치고 편안한 자세로 그날의 여운을 적는다. 맑은 목탁소리로 지각일지를 시작한다. , , 따라라…….


113일 토요일 오전930분 경복궁역3번출구. 청년공자스쿨 MT를 시작하는 현장이었다. 점심도시락을 싸가야 했으므로 일찍 도착해 김밥을 사려고 집에서 넉넉히 나섰다. 그런데 웬걸, 경복궁역에 다 와갈 때 시간을 보니 불과 몇 분 전이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해당 출구까지 가려면 시간이 더 걸릴 텐데 말이다. 갑자기 선팅유리창에 비친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감이당남산강학원 공동윤리 중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 이 순간 나 자신이 시간에 흔적을 남기게 되자 몹시 심난했다. ‘후우. 어쩔 수 없지. 아무튼 눈도 많이 내리니까 다 모이려면 10분은 초과될 거야.’


도착한 사람들과 오고 있는 사람들, 연락 닿는 사람들과 연락불통인 사람들. 다양한 사람들로 북새통인 분위기를 예상하며 약속장소를 향해 달렸다. 멀리 둥글게 원을 지어 서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청년공자스쿨튜터 정철현샘이 출석을 다 부르자마자 내가 뛰어들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반가운 목소리로 , 민지샘 왔다! 2분 지각. 갑시다하고는 몸을 돌려 출발했다. 나는 벙쪘다. ‘, 뭐야. 나 빼고 다 모였다고……?’ 믿을 수 없었다. 내가 살아온 27년 평생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비행기 뜨는 시간이면 모를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니 손가락으로 꼽는 인원조차 단 한, , ! 정각에 모인 역사가 없었다. 우루쾅콰쾅 벼락 맞은 기분으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가뿐히 시간을 맞추는 능력자들의 걸음걸이가 한없이 가벼워 보였다. 얼굴에는 후광이 비추는 것 같았다. ‘얘네…… 보통은 아니구나……. 공부를 제대로들 하는 모양이야. 나만 이 리듬을 못 타고 있어. 같이 공부하려면 신체를 부지런히 닦아야겠어라는 깨달음이 들었다.


지각하면 벌금을 내야하지만 이번에는 그것을 미리 공지하지 않았다고 하여 다음날 아침식사를 맡기로 했다. 사실 한때 나는 그런 벌제도가 야멸차게 느껴져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싶기도 했다. 그런데 감이당남산강학원을 몇 년간 들락거리며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내가 쌓은 업에 대해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는 기회랄까. 그렇게 함으로써 결국 내 몸과 맘의 무게를 덜어내는 의례로 이해한다. 하여 첫날부터 지각을 면치 못해 우울했던 나는 이튿날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무거운 심정을 털어내고 새로 만난 친구들과 종일 서울성곽길을 걸으며 신나게 수다를 떨고 고민을 나누었다. 눈 덮인 풍경을 보며 계단을 오르고 옆에 있는 친구와 통성명하고 낯선 얼굴을 눈에 아로새기며 이력을 주고받다가 길이 가파르다고 헥헥거리며 땀을 닦고 눈을 뭉쳐 던지고 깔깔대고 그러다 어느새 새로운 친구와 걷게 되어 다시 통성명을 하고……. 춥고 고단했지만 그렇게 재밌을 수 없었다. 마침내 깨봉빌딩에 이르러 친구들과 따뜻한 차를 마실 때에는 어느새 나의 동근 얼굴이 노곤노곤함과 행복행복함으로 발갛게 달아올라있었다. 저녁식사 후에는 팀을 나눠 낭송 연습을 줄기차게 했다. 밤이 늦어지자 남자들은 상방으로 여자들은 베어하우스로 가서 잠을 잤다.


이튿날 아침! 알람을 듣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머리를 감고 얼굴을 씻고 마지막으로 비비크림(피부에 바르는 색조화장품)을 지금 바를까, 식사준비 마치고 바를까 고민했다. ‘지금 발라버리자싶어 열심히 펴 바를 때 나와 함께 식사당번을 맡은 유정샘이 민지샘, 지금 30분이에요!’ 다급하게 소리쳤다. ‘벌써!?’ 나는 한겨울 아침바람을 가르며 젖은 머리에 반바지 차림으로 달려갔지만 역시나 늦었다. 이번엔 3.


전날보다 마음이 훨씬 무거웠다. 이번에는 그 무게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함께하는 석영샘과 유정샘한테 미안하고 민망했다. 그놈의 2, 3분이 별거 아닌 거 같은데 그렇게 미미한 것조차 결심을 단단히 하지 않으면 고칠 수 없었다. 몇 분이라고 우습게 보았다. 먼저 주방에 와있던 석영샘은 잠시 표정이 굳어진 것 같았으나 곧 풀어졌다. 하지만 놀랍게도 나 자신의 마음은 그날 내내, 아침식사하고 산책하고 낭송연습하며 반나절이 흐를 때까지 천근만근이었다. 이제는 누구도 내가 지각한 것을 떠올리지 않을 텐데, 나 혼자 과거의 시공간에 묶여 당시 함께했던 석영샘과 유정샘의 눈치를 살피게 되는 것이었다. 이 점이 가장 고백하기 부끄럽다. 눈치를 보는 동안 괴로워서 정말이지 나를 위해 다시는 지각하면 안 되겠다 절절하게 느꼈다. 뻔뻔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까 싶어 웃고 싶어도 미소만 짓고 까불고 싶어도 얌전히 있느라 힘들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내가 보였던 과도한 반응을 곱씹어보았다.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안다. 내가 지각한 것에 대해 합당한정도 이상으로 무지하게 죄스러워하고 면목없어하고 위축되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엄청 미안했나보지라고 넘기기에는 덜 닦은 느낌처럼 찝찝했다. 그래서 다음날이 되고 그 다음날이 되어도 머릿속에 떠다녔다.


그렇게 일주일쯤 지났을까? 남자친구와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오랜만에 풀메이크업을 하고 싶어서(풀메이크업: 피부화장으로 시작해 눈에 아이라인도 그리고 색깔도 입히는, 할 수 있는 건 다 하는 화장) 남은 시간을 어림해보았으나 빠듯했다. 잠시 고민하다가 그래도 화장하고 싶어!’라는 욕망을 택했다. 소란스럽게 준비를 끝내고 남자친구와 만나자마자 시간을 봤다. 15분 지각. 그걸 확인하자 습관처럼 죄책감과 좌절감이 올라왔다. 그런데 퍼뜩 정신이 들었다. ‘화장하는 시간을 이 사람에게 기다리게 했구나.’ 그런 식으로 생각하자 청년공자스쿨MT 첫날에는 아침식사 끝에 크림빵을 후식으로 먹은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기다리게 한 것이고 둘째 날에는 비비크림을 바르는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기다리게 한 것이었다. 문제의 행위를 할 때마다 이 욕망(크림빵먹기/화장하기)을 택하면 늦을 것 같은데주저하다가도 결국 그것을 택하고 그에 상응하는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기다리라 명령했으니 명확하게 이기적인 것이었다. 그렇다면 지각하는 순간 내 맘에 우러나는 미안함과 죄스러움은 진짜 그것이라기보다 그 정도로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필사적으로 손사래 치는 것이다. 일부러 꾸민 가식은 아니었지만, 참과 다른 거짓이었다는 걸 깨닫고 나니 며칠 동안 찝찝하던 잔상이 사라졌다.


시간을 어긴 후 애처로운 표정을 지어보일수록 자신을 속이는 짓임을 알았다. 앞으로는 마주선 사람의 안색을 살피는 대신, 깊은 곳으로 헐레벌떡 도망치는 나를 바로 보아야겠다. 나는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어딘지 모르게 켕기고 비굴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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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인님의 댓글

이인 작성일

MT후기가 지금!? 이것도 지각 아닌가요??ㅋㅋㅋ 장난이고.
재밌고 솔직한 글 잘 읽었어요 민지샘.
청공하는 동안 지각과 싸워보시길!

민지에요님의 댓글

민지에요 댓글의 댓글 작성일

MT후기지각 또르륵..OTL
ㅋㄷㅋㄷ고마워요 이인샘~~ 지각병은 벌써 다 고친거 같아용!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