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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공자스쿨] 일지(4)연애가 지겨워 *약간수정

게시물 정보

작성자 민지에요 작성일18-02-13 22:42 조회544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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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공자스쿨일지4_연애가지겨워_김민지.hwp



2018.2.12 청년공자스쿨일지4

연애가 지겨워

새로운 시즌을 열자

김민지

 

 

감이당남산강학원에서는 학인들이 번갈아가며 식사를 준비하고 다 같이 밥을 먹는다. 내 순서가 되어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그런데 평소보다 사람이 많았다. 정화스님의 법문이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반찬이 동나는 일 없이 식사시간이 끝났다. 구석구석 청소를 마쳤을 때 법문은 이미 도입부를 넘긴 후였다. 곧장 집에 가려던 나는 멈춰 서서 생각했다. ‘오늘은 무슨 떡이 준비되어 있을까……? 먹고 싶다.’ 나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많은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 떡을 먹으며 스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있었다.

 

주제는 발심이란 무엇인가였다. 한마디로 평소에 기도를 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취직을 했는데 공교롭게도 회사의 첫인상이 안 좋았다면 한 달 후에는 다녀, 말아고민하게 되고 백일 후에는 사표를 던지게 된다는 것이었다. 왜냐? 그만둘 기도를 열심히 드렸기 때문이다. 나는 눈을 빛내며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내 연애가 딱 그 꼴이었다. 처음엔 남자친구가 남들보다 독특하고 엉뚱하고 덜렁댄다고 여겼다. 한 달 지나니 바보 아닌가의심이 들었고 백일 지나니 틀림없이 바보라고 확신이 들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짜증이 났다. 그럴 수 있다고 뒤늦게 납득해도 한번 일어난 불쾌함은 가시지 않았다. 이러한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주는 그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몸속 화기를 탈탈 털어 붓는 일이 중노동이라는 걸 깨달아갔다. 몇 번 더하면 탈진할 것 같았다. 내가 언제 벌여놓았는지 모를 사태를 감당하기 버거워 헤어지자고 말해놓은 참이었다.

 

그런데, 이번 이별은 보통 찝찝한 게 아니었다. 사실 이 남친은 3년 전에 사귀다 헤어진 구남친이었다. 거슬러 오르면 십대시절에도 세 번 만나고 헤어진 바 있는, 역사 깊은 연인이었다. 그의 마음에는 변함이 없어서,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 것은 순전히 나의 심경변화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좋으면 만나고, 싫으면 헤어진다는 연애의 절대원칙에 따랐을 뿐이다. 몇 번인지 셀 수 없을 만큼 쳇바퀴를 돌다가 또 다시 이별을 통보하는 나에게 그는 흥 콧방귀를 뀌며 우리가 끝날 거 같아? 헤어질 수 있으면 헤어져 봐!’ 경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 역시 이게 진짜 끝인가?’라는 울음이 뱃속 깊이 올라왔다. 여태 그런 것처럼 싫어서끝내면 그것은 또 다른 시작을 불러올 뿐이다. 그러니 이전과 다른 끝을 찾아야만 한다. 그래야 정말 끝낼 수 있다. 이 남자, 이 연애, 정확히 말하면 지겨운 고락의 반복!

 

그런데 더 생각해보았다. 이 남자랑 했던 연애만 그런가? 다른 남자들과 했던 연애는 그렇지 않은가? 생물학적으로 동일한 상대여서 두드러졌을 뿐, 따져보면 누구를 만나든 그랬다. 좋다가 싫어졌다. A라서 좋다가, A라서 싫어졌다. 자상해서 좋았다가 물러 터져서 싫어지고, 터프해서 좋았다가 상스러워 싫어졌다. 내가 바보라고 여기는 그 남자 또한 이해심 많고 따뜻하고 단순명쾌했다. 글로 써놓으면 별개 같지만 실제로는 동전의 양면처럼 분리될 수 없다. 이렇듯 매번 사태를 따져보면 놀랍게도 상대의 좋은 점과 싫은 점은 일맥상통했다. 그런데도 그를 대하는 마음은 천국에서 지옥으로 바뀌어갔다. 그 과정이 연애였다. 단순한 호불호의 반복이라면, ‘내가 이걸 왜하고 있지?’ 묻게 되는 것이다.

 

재밌었다. 그와 같은 롤러코스터에 올라타는 것이. 행복해도 재밌었고 괴로워도, 역시 재밌었다. 온갖 찌질한 감정과 뜨악한 난투가 오가는 현장이 흥미롭고 생경했다. 관계가 변하는 양상을 겪어낼 때마다 놀랍고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기꺼이 밀도 높은 희로애락을 맛보고 싶어 함께 놀 사람을 고르듯 연애상대를 지목해왔다. 그런데, 주어진 정력을 다 써버린 걸까? 더 이상 일을 벌이고 싶지 않다. 언젠가 온 세포가 깨어날 만큼 사랑에 빠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언제였더라, 소년에 처음 눈 뜬 것이 여섯 살…… 그 후 20년간 활동을 이어왔다. 그리고 이제 지겹다!

 

그런데 말이다. 뭐든 20년쯤 하면 장인 소리를 들어야하는데 왜 실력이 날것 그대로일까? 연애야말로 오로지 우연과 무의식의 영역이라고 여긴 탓일까. 하여 늘 처음처럼몸 가는 대로 맘 가는 대로 따랐고, 그렇기 때문에 경험을 쌓아도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런데 평소 기도를 잘 해야 한다는 정화스님의 법문을 통해 대상을 향해 내는 마음(반응)이 절대적인 게 아니라 수많은 답안지 중 익숙한 걸 따른 결과라는 것, 따라서 의지를 내어 원하는 마음(반응)을 의도적으로 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랜 시간을 두고 연습해야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연애 역시 그러한 노력이 가능한 기도의 장이 된다.

 

그래서 주저했다. 이대로 헤어지지 말고, 기도 연습을 할까? 그러나 당장 괴로워 포기하고 말았다. 그래서 싱숭생숭하다. ‘진짜 끝이다!’ 느끼지 못한 채 정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내 안에서 분명한 답을 찾으면 그것으로 한 시절이 완전히 저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여전히 궁리한다. ‘어떻게 해야 매듭짓고 연애시즌2로 넘어갈 수 있을까?’ ‘앞으로는 연인을 대할 때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볼까? 나는 어떤 관계를 원하나?’ 과거 연애사를 머릿속에 돌려보며 분석 중이다. 정화스님 법문을 힌트 삼아 고민할 것이다. 마냥 분홍빛으로 색칠하던 연애, 두 글자를 떠올리는 심경이 전과 달라졌다. 시절을 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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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미님의 댓글

호호미 작성일

"상대의 좋은 점과 싫은 점은 일맥상통했다. 그런데도 그를 대하는 마음은 천국에서 지옥으로 바뀌어갔다. 그 과정이 연애였다. 단순한 호불호의 반복이라면, ‘내가 이걸 왜하고 있지?’ 묻게 되는 것이다."

연애를 위와 같은 '롤러코스터'로 인식하는 시선을 조금 바꾸어보면 어떨까요?^^
상대는 자신의 습성에 맞게 일관된 행동을 하는데,
그걸 보는 내 마음이 어쩔 땐 좋았다가 어떨 땐 나빠지게 되는 거잖아요.
그건 민지샘이 알아차렸듯이,
그 좋고 나쁨을 계속해서 내 스스로가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데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좋고 나쁘다는 분별심이 일어나는 건 당연한 일인 것 같지 않나용?

근데 민지샘은 '그런 롤러코스터를 겪는 것이야말로 연애!'라고 보기 때문에
'연애=감정노동, 연애=익스트림 스포츠'로 좁혀지게 되는 것 같아요.
롤러코스터의 장인을 목표로 하기 보다
연애의 다양한 의미를 찾아가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같이 찾아봐요~~
저는 요즘 우정과 경계가 모호한 연애를 하면서
대체 사랑의 속성은 뭔가.....하면서 멘붕 ㅋㅋ

민지에요님의 댓글

민지에요 댓글의 댓글 작성일

오옷! 호정샘인가요? 맞아요 샘~ 저는 지금까진 연애를 그런식으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다른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연애라는 이름으로 어떤 관계를 맺을지, 그 속에서 어떤 고민을 이어갈지 질문하고 새로운 방향을 찾고 싶어요. 그래서 2학기에 있을 성과연애 수업이 넘 기다려져요~ 샘의 이야기도 더 듣고 싶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