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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9월부터 23년 1월까지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부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2학기 글쓰기가 끝나니 아쉽기도, 후련하기도 합니다. 다음 글쓰기는 덜 아쉽고 더 후련할 수 있도록, 좌절을 이겨내며 마지막까지 보완에 보완을 거듭했던 (솔직히 말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했던… ㅎ_ㅎ) 쌤들의 치열한 글에 대한 곰쌤의 소중한 피드백을 짧게나마 남겨보겠습니다!
함윤희: 삶을 긍정하는 힘
제목인 ‘삶을 긍정하는 힘’에 관한 내용이 본문에 잘 나타나 있지 않다. 뭉치고 꼬여있는 생각을 풀어서 전체가 유연하게 흐르게 해야 한다. 생각이 뭉쳐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 그렇게 해야 진짜 슬퍼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 어머니에게도 진정한 위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계기로 삼으면 힘든 일을 겪으면서 크게 성장하게 된다.
공감력을 키워야 한다. 진정으로 공감하면 자기 자신도 잘 알 수 있게 될뿐더러 죽음에 대한 통찰도 얻게 된다.
김행순: 공감을 위한 한 걸음
소제목은 이 단락에서 말하고 싶은 포인트가 무엇인지를 확인시켜 준다. 소제목을 달아주는 게 좋겠다.
분석이 얇다. 삽을 깊게 파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역지사지가 되어야 한다. 결에서는 앞의 내용을 끌고 와서 어떻게 소통과 공감의 능력을 확보할 것인지 하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 타인이 들어올 자리가 있어야 한다. 공감은 남이 나를 알아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타인을 향해 가는 것이다.
모호하고 뭉쳐있는, 흐릿한 생각을 찢고 들어가야 한다. 그러면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삽이 깊게 들어가지 않으면 확신이 들지 않아 과거의 문제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박소연: 죽음, 삶의 이정표
결이 아쉽다. 소제목과 내용이 어긋나 있다. 글을 쓸 때 마지막까지 긴장을 유지하고 있어야 제목과 내용이 딱딱 맞게 된다. 긴장을 풀면 그 사이에 다른 내용을 쓰게 된다.
(소제목과 관련하여)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게 수행이다. 거슬러 올라가야지 휩쓸려 가서는 절대로 안 된다.
김지영: 직장과 헤어질 결심
(목표했던 2천만원을 모은 뒤에도 퇴사에 대한 두려움이 올라왔다는 부분에서) 그렇다면 5천만원을 모으면? 1억을 모으면? 불안하지 않은 시간을 기다려서는 소용이 없다. 이 불안은 절대 끝나지 않는다. 이런 걸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게 참 좋은 거구나!’ 이런 마음을 잘 키워야 한다. 이런 마음도 있고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싶은 마음도 있고 여러 마음이 있는데 그 중 어떤 마음을 키우느냐가 중요하다.
공부와 취업, 이 둘을 이원화하는걸 벗어나야 취업을 해도 계속 공부를 할 거고 공부를 해도 내가 내 밥벌이를 하겠다 하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한상화: 이대로 죽을 순 없다
기후위기나 재난에 대한 감정적 인식이 주가 되어 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스텝을 밟아 나가는지에 있어 중간 점프가 많다. 이 문제의식 때문에 어떤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이런 일을 했다 하는 부분이 빠지고 바로 사람들을 설득하는 쪽으로 간다.
불안, 분노와 같은 감정적 인식은 무기력과 자책을 동반한다. 자책 또한 굉장한 자의식이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 한 사람에게 자비와 지혜의 기운을 보내면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 나는 단 한 명과 관계를 맺었는데 온 우주와 연결된다. 세계적인 환경운동가가 되어야만 그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자기가 선 자리에서 세상과 연결되는 일을 하면 된다. 파동은 계속 파동을 타고 세계로 퍼진다. 자기를 너무 힘들게 하지 말고 찬찬히 나아가기를.
제윤지: 살려고 하다
전체 내용, 마음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느낌이 온다. 공부를 한다는 게 무엇이고, 공부를 하면서 어떤 게 즐겁고, 공부가 이제 삶을 살게 하는, 이런 것들에 대한 감흥을 크게 느낀 것 같다.
무슨 일이든 해 보면 거기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다음에 나의 자산이 된다. 그래서 집을 나와 무언가를 시도한다는 게 정말 중요한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실수하지 않는다. 오류가 없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문장이 정제되어 있지 않다. 미세한 리듬이 불안정하다. 마음이 계속 미세하게 떨려서 그런 것이다. 이걸 잘 살펴보고 자기 마음을 자기가 잘 달래줘야 한다. 괜찮다고. 그렇게 초조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박보경: 삶을 자유롭게 하는 ‘진짜’여행
뿌리를 내린다는 것과 유목하는 것, 즉 자기가 여행하는 곳을 온전한 삶의 터전으로 받아들이는 것, 이 둘은 다르다. 뿌리를 내린다는 건 실체화를 하는 것이다. 그건 여기서 살다가 다른 곳으로 옮겼을 뿐 똑같은 삶의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유목을 하면서 계속 어디에 뿌리를 내릴 거야 고민하는 건 정주민하고 똑같은 태도이다. 유목한다는 것은 매 순간 만나는 인연마다 온전히 내 삶의 현장으로 받아들이는, 그리고 인연이 다할 때 가차 없이 떠날 수 있는 유동하는 존재로 사는 것이다.
정주민은 자기의 소유와 자의식에 집착하는 사람이다.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하지만 몸을 움직인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궁극적으로 소유와 자아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러면 앉아 있거나, 감옥에 갇혀 있다 해도 그 사람은 유동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뿌리를 내릴 것이냐, 떠돌아다닐 것이냐 이건 조금 부실한 문제설정이다. 글의 흐름은 좋은데 구체성이 부족하다. 그런데 이게 의도적인 것 같다. 글이 베일에 싸여 있으면 안된다. 나의 피와 살이 나와야 한다. ‘진짜’여행을 하려면 자기를 드러내야 한다.
김성필: 관계의 확장과 단절, 그 다음은?
관계의 무한확장과 단절, 이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까. 이렇게 문제를 제기하는 게 틀린 건 아니지만 되게 형식적인 것이다.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을까 아니면 혼자 있을까 핵심은 이게 아니다. 내가 혼자 있든 함께 있든 외부와 공감하는 능력이 있는가가 핵심이다. 많은 관계 속에서 사람들은 ‘산다는 건 이렇게 계속 공감하고 감응하는 거구나’를 아는 대신 나는 남보다 많은 사람을 안다는 인맥에 집착한다. 이런 것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런 이분법을 벗어나야지, 그냥 균형을 잡는다 하면 적당히 챙기면서 적당히 거리를 두겠다는 계산을 하게 되는 것 아닌가. 얼마나 진실하게 공감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좋은 친구를 저절로 만나게 된다.
이아람: 자비와 공감으로 베푸는 마음을 쓰기
인간관계를 맺다 보면 많은 걸 베풀었는데 상대가 불편해하고 도망가는 일이 생긴다. 주고받는 것에도 지혜가 필요하다는걸 아는 게 아주 중요하다. 이걸 알아차리고 주제로 잡은 건 좋다. 그런데 제목이 조금 과하다. 진정한 배려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하기보다 자비와 공감으로 해야 해 하는 답이 있다. 이게 아마 아람의 타고난 기질, 열정과 속도의 영향 아닐까. 맞다고 생각하면 직진하는 성품이 여기서 드러난다.
내 방식대로 베풀기, 내가 좋다고 생각하면 남도 당연히 좋아하리란 생각, 생각하자마자 바로 행하는 속도 이런 것들이 다 결합된 것이다. 이것 하나하나를 충분히 통찰해야 한다.
친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지혜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강의도, 낭송도, 글쓰기도 모두 도반님들과 함께였기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든든한 힘이 되어주셔서, 소중한 인연이 되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쌤들!!!
곰쌤, 문쌤, 지니쌤, 근영쌤, 지산씨, 수영쌤, 복희씨, 승현쌤, 장금쌤, 그리고 매주 토요일마다 폼이 리셋되어 돌아오는 저희를 인자하게 가르쳐주신 탁구사부 지형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고전학교 시즌2 그리고 다른 세미나에서 곧,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