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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글쓰기│사람을 만나는 여행,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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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홈피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0-12 11:54 조회1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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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나는 여행,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





원자연


나는 막가파 여행가다. 여행준비는 딱히 하지도 않는다. 첫날 숙소를 제외하고는 예약도 하지 않는다. 물론 이런저런 책을 읽고, 찾아보며 눈팅은 한다. 그저 일정을 짜지 않을 뿐. 이런 내가 이번엔 친구들과 함께 준비하고 조율해가는 여행을 해야만 했다. 마음을 바꿔 다른 방식의 여행을 해보자 다짐했다. 그렇게 여행준비는 시작되었다.


우리 여행은 어디로?


3학기가 시작되어 조가 바뀌었다. 두둥! 평소에 관계 맺지 못했던 새로운 조합이다. 첫 주 눈인사를 마치고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예린은 발리여행을, 추는 중국여행과 니체여행을. 지혜는 세종문화회관으로. 정희는 “요즘 감이당이 재미가 없어요.”라는 말과 함께 감이당에서 마음을 조금 떠나보냈다. 길현이는 늘 함께... 이런 우리가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연암이 살았던 안의면으로 가볼까?”, “일성 경희샘이 계시니 말씀드려서 거기에 묵자.” 아뿔싸! 그런데 살고계신 곳이 남원이라고 하신다. 하루 6천원의 제약이 있는 우리는 조용히 남원으로 행선지를 바꾸었다. 그렇게 남원에서 뭘 해볼까를 생각해보는데, 별로 재미가 없었다. 광한루에서 춘향전 낭송? 은정샘 학교에서 어낭스? 활동을 계획하는 건지 여행을 준비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순간 우리에게 스친 건 “우리 어떤 여행을 하고 싶은 거야?”라는 질문. 이제 서야 말이다. 열하일기 세미나를 하던 중 우리는 “연암처럼 사람을 만나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야밤에 담을 넘고 필담을 나누고, 먼 곳의 벗들과 다양하면서도 실질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모르긴 몰라도 살아있는 것 같은 그런 여행을 말이다.


마침 해완샘의 북파티가 끝난 뒤, 뒤풀이에서 해완샘의 부모님이 계신 제천 얘기가 나왔다. “사과 농사를 지으시니 가서 일을 도와드릴까?”, “마을 사람들과 몸살림도 하신다는데, 그거 배우고 올까?”, “간디학교에 관심 있는데, 간디학교에 가 봐도 좋겠다!” 등 아이디어가 흘러나오면서 우리는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그럼 우리 해완샘 통해서 연락해보자!


시간의 차이는 마음의 벽을 쌓고


우리는 해완샘 어머니께서 활동하고 계시는 “마실”이라는 공동체와 제안서를 주고받으며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다. 그 사이 여행에 가있던 친구들이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준비하는 동안 진행사항을 공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은 당황스러워했다. 그동안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고, 이제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시간의 차이가 이해되면서도 마음이 안 좋았다. 모두가 똑같은 양으로 일을 할 수 없는 건 당연히 안다. 그래도 진행되고 있는 것에 관심은 보여야 하는 거 아닌가? 우리가 함께 떠나는 여행인데!! 마음의 틈에서 소리들이 흘러나왔다.


추지혜의 푸닥거리가 한번 지나가고, 내 마음에 앙금이 쌓이기 시작했다. 뭐든 각자 하는 만큼 얻어간다 생각하며 하고 있었는데,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이건 내가 할게.”라며 얘기해놓고, 내키지 않아 하는 내가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근데 정말 추와 지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보였고, 상주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말하기엔 너무도 멀리 있는 것 같았다.


설상가상으로 만나기로 한 목요일에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예린은 약속시간 40분전에 못 올 것 같다고 문자를 남겼고, 지혜는 해오기로 한 것을 해오지 못했다. 오늘 만나서 무엇을 할 지 조차 잊고 있었다. ‘그럴 수도 있지’, ‘모두가 같은 밀도로 할 순 없지’, ‘그냥 내가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늘 해오던 대로 생각하며 넘기려 하고 있었다. 마음이 상했지만, 아무 일 아닌 척. 그래서일까? 활동은 일이 되어 버렸고, 청장크로스와 겹치면서 마음의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함께 하는 활동인데, 혼자 하는 기분이었다. ‘내가 사람들을 믿지 못하나? 내가 나누려 하지 않아서 이렇게 된 걸까? 혼자 가는 여행이면 준비 안 해버리면 그만인데, 어쩌다 이걸 도맡아 하고 있는 거야?!’


청장크로스 중간점검이 끝나고, 장자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음 일정을 얘기하다가 “언니는 어때요?”라는 다영이의 말 한 마디에 눈물이 왈칵 나와 버렸다. 정말 생뚱맞은 순간에 왈칵. 경신월이라 관성이 치고 있는 건지, 내가 일을 이렇게 벌인 건지. 경신월이 끝나길, 이 번뇌가 지나가길 기다려야 하나.


함께 여행한다는 건


나에겐 화두가 하나 올라왔다. 함께 여행한다는 건 뭘까? 좀 더 솔직히 말해보면, “우리 조 친구들과 함께 여행한다는 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이다. 3학기 6주차쯤 되어서야 연극 조모임으로 완전체가 잠시 만났다. 다 같이 세미나를 하면서 생각을 나눈 적이 한 번도 없는 거다. 그래서 그럴까? 아직도 “같은 조”인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런 조 사람들과 함께 여행한다는 건 뭘까? 여행 준비하면서의 이 감정을 끌어안고서.


출발 전날, 청공자 수업이 끝난 뒤 우리는 못 다한 회의와 일들을 했다. 그리고 주먹밥을 싸고, 팔찌도 만들고, 함께 중고물품도 골랐다. 마니또도 뽑았는데,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요즘 감정이 올라오던 예린이 마니또로 걸렸다. ‘수행하라는 건가보다. 잘 다녀오자.’


다음날 우리는 마실 공동체에 도착해서 공동체 소개도 듣고, 공간 구경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공간 기운이 너무 좋다~”, “도서관도 너무 잘 해 놨다.” 등 감탄을 연발하며 돌아다녔다. 터미널에서부터 시작된 우리의 팔찌 만들기. 한 명씩 자리를 잡고 앉아서, 팔찌를 돌돌돌 만들기 시작했다. 정희는 피아노를 치고, 우리는 노래를 부르고. 남은 주먹밥으로 점심을 먹고, 사주 별자리 연습도 하고, 이어서 호호장터 준비에 나섰다. 유쾌하고 정신없이 호호장터를 마치고, 다음날 두 조로 찢어져 마을주민 댁에 가서 일을 도왔다. 해완샘 부모님께서 맛있는 저녁밥을 사주셔서 먹고, 바로 간디학교 농사선생님과 빵카페 청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이렇게 후루룩 이틀이 지나갔고, 떠나기 전날 밤 드디어 우리끼리 이야기할 시간을 가졌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추가 말을 꺼냈다. “이제 한 조가 된 것 같아요?” 사실 낮잠 자면서도 살짝 생각해봤는데, 정말 신기했다. “한 조 같은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아예 그런 생각이 사라졌어.”







사람을 만나는 여행,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는 가서 ‘올라온 감정들을 얘기하고 풀어보는 연습을 해봐야지’하고 생각했었다. 여행가서 푸닥거리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막상 여행을 가니 완전히 잊었다. 잊고자 노력해서 없어진 게 아니라 그냥 사라져 버렸다. 연구실에서 ‘여행준비’, ‘연극준비’라는 활동을 매개로 만난 것이 아니라, 제천 ‘마실’이라는 다른 시공간의 배치에 놓여서 그런가? 여행 전 곰샘은 질의응답 시간에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익숙한 친구들을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만난다는 것, 여행 덕분에 발견할 수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그 마음이면 된다.”고 하셨다. 새로운 시공간이 관계의 다른 배치를 만들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유럽과 호주를 공동체로 여행한 마이클 부부, 서로 다른 농사 철학을 가진 마을 주민들, 지속가능한 농법을 생각하는 오디와인 마실 위원장님, 몇 해 전 귀농운동본부에서 귀농을 꿈꾸다 내려온 마실 간사님, 마을 동아리에 밴드가 있어 그날로 정착한 농부님. 그리고 지구는 식물들의 것이고 인간은 잠시 그들의 선택을 받은 것뿐이라는 운동장 앞 하얀 집 의사농부님. “마실”로의 여행을 통해 다양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당장 내 삶을 뒤흔든 것은 없었지만, 다른 삶의 지평을 보여주었다.


특히나 인상에 남았던 건 그들의 관계다. 호호장터의 시작을 알리는 호호장터 위원장님은 “주체와 객체가 없는 호호장터”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런데 정말 그 장터에는 주체와 객체가 나뉘어 있지 않았다. 모두가 주체이면서도 객체로 함께 즐기고, 놀고, 마지막 정리까지~타다닥!


호호장이 끝나고 바로 그날의 장터를 점검하는 회의를 시작하셨다. 처음 열리는 야간 호호장터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은 물론이고,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들을 모두 정확하고 냉정하게 말씀하셨다. 신속하고 간결했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유연했고 유머가 넘쳐흘러 모두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평소 우리들의 회의에서는 “푸닥거리”라는 명목으로 감정이 오고가고, 군더더기 없는 것은커녕 잡다한 수다만 넘쳤으니 말이다. 주체와 객체를 뛰어넘어 구성원 하나하나가 살아서 움직이는 관계. 친구들과도 그런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다. 우선 나부터!







일이 아닌 활동으로


새로운 공간과 그 틈 속에서 편안한 리듬을 찾은 지혜, 헤드셋 풍류를 즐기는 정희의 재기발랄한 모습, 자신만의 속도를 가지고 있는 바느질 예술을 보여 준 예린, 그저 같이 앉아 있다고만 생각했던 길현이의 적극적인 모습. 연구실에서처럼 일 잘하고 듬직했던 추. 연구실에서는 왜 혼자 하는 활동, 아니 일로 여겨졌을까?


여행 중 친구들은 주체와 객체를 넘어선 호호장터의 사람들처럼 생생하게 움직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면서 친구들 각자만의 모습들, 그 속도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래서 마음의 어떤 거리낌도 없었던 것 같다. 반면 연구실에서 나에겐 일을 해치우고자 하는 마음뿐, 친구들을 알아가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해오기로 한 것들을 왜 안 하는지, 혹은 못하는지. 약속은 왜 지키지 않는지.’ 일의 결과만 중요했지 사람을 보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사람을 만나는 여행”을 하고 싶다면서, 정작 연구실의 친구들은 만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어쩌면 여행 준비도 함께하고 있었지만, 혼자 하는 것처럼 느꼈던 건 이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말을 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척 넘겨버리고 스스로 선을 그었던 것 같다. ‘다들 바쁘니까. 멀리 있으니까, 하고 싶으면 나서서 하겠지’ 등 혼자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시간 탓을 했다. 활동을 일로 만든 건 결국, 나였다. 나도 일의 무게를 저울질하면서 온전히 마음을 내고 있지 않으면서, 구성원 하나하나 움직이는 관계를 맺고 싶다고 말한다. “마실 사람들의 관계”가 그리고 “마실에서의 친구들”이 하나의 상으로 작동하여, 친구들이 그렇게 해주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연구실은 마실과는 또 다른 공간인데 말이다.


번뇌의 회로는 다행스럽게도 여행을 통해 자연스레 끊겼었다. 여행에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걱정이 앞선다. 연구실의 일상 속에서 친구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가야 할까? 새로운 번뇌의 등장. 휴~ 생각만하면 뭐하나. 이번 연극을 하면서는 좀 더 솔직하게, 머릿속으로 굴리는 것 없이 담백하게 친구들을 만나야 할 것 같다.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면서. 일이 아닌 활동이 될 수 있도록! 활동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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