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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글쓰기 학교가 시작한 지 벌써 4주 차가 되었다. 초반 발제는 청년들이 도맡아 해주었고 이번 발제자 3명 모두가 중장년이었다. 이점을 놓치지 않고 문샘은 “이번 발표는 모두 다 어른이시네요.”란 말로 발표 현장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미자샘은 연암이 이서구에게 써준 ‘소완정기’에 대해 발표했다. “물고기가 물에 놀면 물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연암이 이서구에게 말했다. 미자샘은 이 구절을 ‘책 읽는 자가 저자의 의도에만 집중하거나 책을 암기하여 머릿속에 집어넣기에 급급한 상태’를 말한다고 했다. 이서구는 연암의 이 말을 알아듣고 ‘약’을 말했는데, 미자샘은 감(感)은 왔는데 아직 글로 풀기 어렵다고 했다. 성환샘은 ‘감’이 온 것을 말로 푸는 것이 미자 샘의 숙제라고 했다.
성환샘은 책이 가득 찬 서재에서 연구에 매진하는 이서구를 상상해보자며 덧붙였다. “과연 연암은 무엇을 경계하라는 것일까?” 그러자 진환샘이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라고 했다. 튜터샘은 그 비유도 훌륭하다면서 우리 공부 자세를 점검해 주셨다. 우리는 전체를 다 알아야 하고 또 책을 처음부터 다 읽어야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서양 철학사 공부를 한다면 소크라테스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이다. 이렇게 책을 다 읽고 모두 알아야 공부한다는 마음을 경계시킨 것이다. 물론 이서구는 엄청난 독서가라 이 경계를 넘었을 것 같지만 말이다. “그리고 책을 읽는 것만이 책이 아니고 우주와 세상과 만나는 모든 것이 책이 된다. 그러니 서재에 갇혀서 많은 책을 독파하는 것에만 마음을 두지 말라는 것이 연암의 간곡한 뜻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내 옆 사람, 공동체, 사회와 만나기 위함이다.” 책을 통해 연암을 만나고 이서구도 만나는 지금의 글쓰기 학교 현장을 생각하니 성환샘의 말이 이해되었다.
순식샘이 「名論」에 대해 쓴 ‘명실상부 부끄럽지 않은 이름’ 제목의 글에 대해 많은 학인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래서 수업 현장이 활발하게 살아났다. 「발승암기」에서 이름에 목맨 김홍연에 대한 글을 썼던 연암은 「명론」에서는 이름을 유도하는 것은 欲心이고 욕심을 양성하는 것을 부끄러움이라고 했다. 학인들은 이름에 ‘걸맞게’, 관계를 ‘걸맞게’ 사는 것이 무엇이지에 대해 많이 궁금해했다. 여기에 성환샘은 “실제로는 관계가 중첩되었다고 해서 행동이 충돌하지 않는다. 생각하고 상상하면 그럴 것처럼 여기는 것뿐이다.”라고 명쾌히 정리해 주었다.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고 조건에 상황에 따라 나만 아는 ‘적절함’이 있다는 것이다.
논어를 예로 들면서 성환샘은 형벌로 정치하면 벌을 면하는데 중점을 둔다고 했다. 그래서 연암은 ‘이름’에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이 군자가 덕을 쌓는 바와 같음으로 비유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으려고 애쓰는 문화가 중요함을 느꼈다. 연암도 이 글을 읽는 각자가 이름에 걸맞게 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생각했다. 순 임금의 순을 쓰는 순식샘이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삶에 대해 생각하고 글을 썼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번 연암록 읽은 부분에 있는 백이론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성환샘은 연암은 제후로서 주나라를 무너뜨린 무왕이나 이를 막았던 백이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의로움을 행했다고 했다. 연암은 무왕이 백이를 무시함으로써 백이의 의로움을 더 높여 주었다는 것이다. 연암은 이분법적으로 사건을 해석하는 우리의 시야를 무너뜨린다. 상생상극이나 오행의 흐름처럼 옳고 틀림이 아니다. 그 자리에서 최선으로 한 행동이 서로의 의로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쓰리 쿠션처럼 모두 연결되어 있기에 가능하다.
나는 연암이 자신이 쓴 공작관문고에 쓴 서평 자서(自序)에 대한 글을 썼다. 나는 글쓰기 현장이 처음인 학우들이 코멘트를 버거워하는 것에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짧아서 고른 ‘자서’에 지금 내가 마음 쓰는 부분에 대한 가이드가 있었다. 성환샘도 마무리 멘트에서 연암이 ‘자서’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가 글쓰기를 훈련해야 한다고 했다. 내 귀에만 들리는 이명을 알아차리고 내가 듣지 못한 코골이에 대한 도반들의 비평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열린 마음으로 배우고 있는지 나를 다시 한번 점검하게 되었다. 연암의 글은 읽고 쓸수록 매번 새롭게 배워서 정말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