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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퇴근길 주역] 7주차 후기 - 11 지천태 12 천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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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해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03-21 06:47 조회170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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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퇴근길 주역 후기입니다.

이번 주 퇴근길 주역은 지천태와 천지비 괘를 공부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괘들과 다르게 이 두 괘는 그리기가 너무 쉬웠는데요. 간단한 괘상과는 달리 한자가 너무 복잡하고 내용도 많았답니다ㅠㅠ.


문리스 선생님은 질문 하나를 던지시면서 강의를 시작하셨습니다. 왜 하늘이 위에 있고 땅이 아래에 있는 비괘가 '꽉 막히고', 하늘이 아래에 있고 땅이 위에 있는 태괘는 탁 트여 '소통하는' 걸까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 반대이지 않나요? 여기에는 <주역>이 변화를 논하는 책이라는 사실이 내포되어 있다고 하셨습니다. 아래로 가라 앉으려는 땅이 위에 있고 위로 떠오르는 하늘이 아래에 있어야 역동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이때를 '소통'으로 여긴다는 것이죠. 반대로 하늘이 위에 있고 땅이 아래에 있으면 이 둘이 만날 일이 없고 역동성이 죽어버리면서 상황이 꽉 막히게 됩니다.


 또한 음과 양이 삼대삼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는 점도 포인트로 짚어주셨습니다. 꽉 막힌 상황이든 확 트인 상황이든 이 상황을 만드는 대인(양)과 소인(음)의 비율은 같으며, 그 둘의 자리가 다를 뿐이라고 말입니다. 소인이 망동하지 못하도록 대인이 꽉 붙들고 있다면 지천태인 것이고, 대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소인의 기세를 이길 수 없다면 천지비가 되는 것이죠.


이런 양극단의 상황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그래도 이 상황을 직접 헤쳐나가는 것은 늘 인간의 몫으로 남는다는 것 같아요. 아무리 태평한 시국이라도 '용빙하' 하는 대단한 용기가 없다면 상황을 끌고갈 수 없고, 또한 "정체의 때일지라도 인간이 살 길이 어찌 없을 수 있겠"느냐는 정이천 <주역>의 말씀은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효사 중에서 저는 천지비의 육삼효가 재미있었어요. 이 상황의 모든 수치심을 품고 있다는 강렬한 한마디! 게다가 이 뒤에 흉하다, 인색하다, 후회스럽다, 하는 평가조차 없는 게 더 냉정하게(?) 느껴집니다. 문샘께서 삼효는 '대신'의 자리이며, 부와 권력이 있지만 왕이나 재상처럼 천하를 다스리는 높은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이 애매함으로 인해 실수하기 좋은 자리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천지비 괘에서 삼효의 처지를 보니 삼효가 무슨 자리인지 훨씬 뚜렷하게 감이 왔습니다. 꽉 막힌 시대에, 유약한 성정을 타고 태어났는데, 집안에 적당히 돈이 있는 '금수저'다? 그러면 아무것도 안하고 가족의 돈만 축내면서 일신만 챙기며 편안~하게 살 듯 합니다. 어지러운 세상에 대해서는 1도 걱정하지 않고, 그게 자기랑 무슨 상관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요. 차라리 육이효나 초육효처럼 애초에 '약한' 자리에 처해 있다면 이런 수치는 저지르지 않았겠죠. 혹은 삼효가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양강한 양효로서 존재했다면 괘 자체가 천산둔 괘로 바뀌었을 테고요. (Q. 사실 이 부분은 제가 예전부터 질문하고 싶었던 부분입니다. 효가 스스로를 음에서 양으로, 혹은 양에서 음으로 바꿈으로써 전체 괘 자체를 바꿀 수도 있나요? 아니면 효에 미치는 괘의 영향력이 너무 강력해서 그건 너무 어려운 일일까요?) 어설픈 권력, 애매한 '완장'이야말로 자칫하면 독이 될 수 있는 인생의 위험 요소 같습니다.


조별 모임에서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특히 세대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흘러나온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한 청년 학인분은 지천태 괘의 구삼효에서 "무평불피"를 보고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을 재고해보았다고 해요. 요즘 남녀 사이의 불평등을 묘사할 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을 쓰는데, 과연 완벽하게 평평한 운동장이 가능할까, 역동성이 사라진 평등함은 죽은 평등함인가, 이런 멋진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중년 학인분께서는 지천태 괘의 육사효에서 "편편"을 본인의 이야기와 연결해서 근사하게 풀어주셨습니다. 남녀차별이 아직 심하던 시기에 여성으로서 성당에서 중책을 맡게 되셨는데, 남자 형제분들이 이 상황에 불편한 마음을 품으셨다고 해요. 그때 선생님께서는 힘과 권위를 사용하지 않으시고, 대신 새가 아래로 포르르 내려가듯이("편편") 형제분들께 다가가 살갑게 인사를 하며 마음을 사로잡으셨다고 해요. 참으로 멋진 '소통'의 예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주는 천화동인 화천대유 괘를 공부할 예정입니다. 또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씩 <주역>에 대해 공부하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럼 저희 다음주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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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비님의 댓글

깨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먼 곳으로부터 전파를 타고 온 귀한 후기네요~^^
해완샘이 지천태와 천지비에 대비되는 측면을 잘 풀어 주셨는데요.
단전 시간에도 말씀 나누었듯이
하늘이 위에 있고, 땅이 아래 있는 자연스러운 때가 소통은 어려운 때라는 거,
한 마디로 소통이 어려운 게 삶에서는 기본 세팅이라는 게
저에게는 이번에 큰 깨달음이었어요.
지천태처럼 드물게 소통이 되는 때가 참 고마운 거였더라고요.
소통이 좀 안되는 시절도 그러려니 하고 또 그 때에 맞는 길을 찾아가야겠다 싶었습니다.
천지비 삼효의 완장찬 권력 얘기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늘 문제의 삼효^^
괘와 효의 영향력에 대한 부분은 문샘께 질문을 드려 봐도 좋을 거 같아요.
저역시 조별 모임에서도 늘 배우는 게 많은데요.
그 짧은 수업 시간 중에 괘의 내용을 자신의 일상과 자세히 연결하시는 샘들의 말씀이 참 놀랍습니다.
문샘 수업도 좋지만 샘들은 각자의 일상에서 괘와 효를 어떻게 풀어내셨을지 늘 기대가 됩니다.
타지에서 어려운 공부 하시면서 주역 공부까지 하시는 샘 보면서
핑계 대고 싶은 마음을 늘 다스립니다.
월요일에 또 반갑게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