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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주역 강의 안내를 봤을 때는, 이걸 배우면 어떤 상황에서도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야무진 생각도 있었으나, 지금은 감히 점을 친다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매주 옛 분들의 세상의 이치에 대한 해석을
재미있게 듣고, 새기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번 강의뿐만 아니라 매번 제가 주역을 들으면서 와 닿았던 부분은, 세상은 끝이 없이, 끊임없이 생성하고
변화한다는 점입니다. 이번 강의에서도 산지박괘 다음에 지뢰복괘가 오며, 음이 가장 왕성하면 양이 시작되고,
소멸의 때가 극한에 이르면 다시 아래로 부터 소생의 때가 생기는 부분이었습니다. 세상에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는 말과도 통하는 것 같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기 때문에, 절망의 때에도 어떤 희망이랄까
다시 일어설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선생님께서 산지박괘를 ‘나쁜 놈들 전성시대’ 라고 하시면서 시간이 지나면 지금 이 때를 그렇게 보지 않을까
싶다고 하셨는데, 이미 우리 대부분이 지금 이 때를 ‘소인들의 시대’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내가 쉬고 있는 침상이 깍이고, 내 살갖까지 깍이는 상황에 이르러, 어수선함이 내 개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뉴스를 보는 것이 겁나고, 개인이 나라를 걱정해야 하는 지금이
바로 산지박괘의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이치처럼 이 박의 때도 필연이라면, 그리고 이 때도
견뎌야 한다면 나는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이 때를 견뎌내야 할까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찌 보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쁜 놈들의 시대를 이미 견디고, 이겨낸 사람들이므로 지금이 엄혹한
시대이기는 하나 지뢰복괘처럼 아주 작지만 양의 기운 하나가 차가운 얼음장 밑 어딘가에서 흐로고 있는 때라고
믿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 두 괘에서 알려 주듯이, 스스로를 지키고 닦으며 상구효의 희망으로, 같은 생각을
가진 누군가를 찾으며 때를 기다리다 보면 다시 회복의 때가 오리라는 희망을 갖으라는 의미로 이해했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계속 새겨보고 싶었던 부분은 지뢰복괘의 不遠復과 迷復凶입니다.
매일 닦아야 할 것과 경계해야 할 것을 이야기해 주는 것 같습니다. 특히 소인이 되는 것이 찰나의 차이라고 하셨는데,
매일 그 찰나의 사이를 오락가락하고 있는 제가 새겨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됐습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빌어 이렇게 멀리서도 이런 좋은 강의를 들을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해 주고 계시는
선생님들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