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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도움 위에서 굴러가는 삶 | 『숫타니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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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홈피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4-22 10:43 조회3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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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도움 위에서 굴러가는 삶




김미솔 (청공자 영성탐구)


싸밧티 시에 어떤 대부호가 살았다. 그에게는 귀여운 외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왕자처럼 키웠다. 그러나 아들이 청년이 되었을 쯤 부모는 죽었다. 창고지기는 막대한 유산을 아들에게 내주었는데, 아들은 부모의 죽음으로 인해 재물의 무상함을 알았다. “재물을 쌓은 사람은 재물을 보지도 못하고, 죽음의 힘에 빼앗기고 하나도 가져가지 못한다.” 그래서 아들은 유산을 모두에게 나눠주고는 세속의 재물 대신 항상 지닐 수 있는 덕행의 재물을 쌓기로 했다. 그는 출가하여 고행자의 삶을 산다. 고행에는 여덟 종류가 있는데 그는 그 가운데 여덟 번째로 가장 강도가 높은 고행(“줄기에서 떨어진 것으로 사는 고행”)을 택한다. 그렇게 히말라야에 아슈람을 짓고 고행을 하던 중 그는 부처님께서 가르침을 설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뵙기로 한다. 하지만 빈손으로 갈 수야 없지 않은가. 고민 끝에 부처님은 재물을 중히 여기지 않으시니, 법에 대한 네 가지 질문을 준비해가기로 한다. 이때 그가 준비해 간 질문들은 이러하다:



어떠한 친구는 사귀지 말아야 하고, 어떠한 친구는 사귀어야 하고, 어떠한 친구가 실천에 옮기는 데 밝고, 맛 가운데 어떠한 것이 최상인가?

 『숫타니파타』, 전재성 역주, 한국빠알리성전협회, pg.540


위 인연담에서는 극단적인 고행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 같은데 왜 갑자기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 고행과 우정이 무슨 상관이길래? 그리고 부처님은 그 질문들에 대한 답으로 부끄러움을 말씀하셨는데, 뭘 부끄러워해야한다는 말씀이실까?


고행과 우정은 얼핏 보기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듯하나, 사실은 굉장히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여덟 번째의 가장 강도 높은 고행을 선택한 것이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고행이 어떤 기준으로 여덟 가지로 나뉘었는지를 봐야 한다. 여덟 가지 고행은 처자식을 거느리고 사는 가장 낮은 단계부터 시작한다. 그 다음은 귀족들에게 기예를 가르치며 그들이 기부하는 금과 은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고행, 식사 때에만 음식을 얻는 고행, 음식을 얻지 않고 스스로 열매를 따서 먹는 고행, 배고프면 나무껍질을 취하는 고행 순으로 점점 생계를 잇는 데 있어서 세상과 사람들에게서 거리를 두고 어떠한 도움도 주고받지 않는다는 기준에서 강도가 강해진다. 물론 이는 살생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고행의 강도가 세질수록 자신이 먹는 음식에 살생이란 행위가 옅어진다. 대부호의 아들은 그중 가장 강도가 높은 “줄기에서 땅에 떨어진 것을 먹고 사는 고행”을 선택한 것이다.



살생을 하지 않고, 땅에 떨어진 것만을 먹고 사는 것은 어떻게 보면 수행으로서 굉장히 좋게 보이기도 한다. 생명을 파괴하지 않고도 유지되는 삶이 아닌가! 그러나 이는 동시에 자신의 삶이 무수히 많은 관계들과 인연들의 도움과 죽음들 위에서 굴러간다는 사실을 잊은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아주 촘촘한 네트워크 위에서 살아가는데, 그가 선택한 여덟 번째 고행은 이러한 관계들을 다 무시하고, 그런 도움을 주고받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오만을 상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결국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은 그를 극단적인 고행으로 치닫게 한 오만의 마음자리가 아닐까.


그래서 부처님은 그에게 “할 수 있는 일을 도맡아 도와주지 않는 자”는 친구가 아니라고 말씀하신다. 이는 반대로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는 자 또한 친구가 아니라는 말씀이 아닐까? 이는 애착을 만드는 세속적 관계로의 귀속을 말씀하신 게 아니라, 우리의 삶이 결국엔 서로가 할 수 있는 일을 도맡아 도와주는 것으로 이루어지며, 친구들 간의 우정 또한 이러한 도움과 실천들 위에서 닦아진다는 말씀이 아닐까.




2021. 4. 3. 청공자 영성탐구 / 정견수련 1학기 7주차 ; 숫타니파타 인연담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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