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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적응한다 | 호모 사피엔스 : 진화∞관계&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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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홈피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7-08 20:16 조회187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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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적응한다



김미솔(청공자 영성탐구)


“어떤 키워드를 가지고 들어갈 건가요?” 전시장에 들어가기 직전에 선민샘께서 해주신 질문이다. ‘시비를 가리는 마음’이 오랜 공부지점이었기 때문에 나는 호모사피엔스 기획전과 연결이 되든 안 되든 일단 ‘시비’를 키워드로 품고 전시장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게 너무 뜬금없고 그냥 내 맥락 위에서 나온 키워드라 전시와 맞지 않으면 재빨리 다른 키워드로 바꿀 생각이었다. 그런데 마침 들어가 보니 진화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진화는 방향성이나 옳고 그른 가치를 담고 있지 않다. 다양한 생물종이 그 나름의 방식으로 환경 변화에 적응한 결과일 뿐이다. 즉 진화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변화무쌍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느냐 도태되느냐의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

- 진화를 이해하는 방식 from. 호모사피엔스 기획전


이 설명을 읽고 나는 무릎을 쳤다! 정말 그렇기 때문이다. 생명은 결코 옳고 그름 위에서 진화하지 않았다. 인류라는 종이 딱히 옳은 종도, 더 나은 종도 아니다. 우리는 그저 적응한 종일뿐이었다. 생명에 있어서 문제는 적응이지 시비나 우열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적응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한 개체가 환경을 비롯한 나 아닌 것들과 잘 섞여 들어가고, 그것들과 원활히 상호작용하며 변화무쌍한 환경의 변화에 맞춰서 자신을 변용시키는 것이다. 즉, 적응이란 나 아닌 다른 것들과의 마주침 위에서 나를 변용시키는 것이다.


인류의 기나긴 진화과정 위에서 적응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시비를 살펴보니 지금껏 내가 따져온 잘잘못이 얼마나 작디 작은 것인지, 또 그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적응을 하는데 누가 옳고 그른 것이 중요할까? 아니다. 이렇게 적응하면 옳고 저렇게 적응하면 그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다만 외부와의 마주침 위에서 그 조건에 맞게 변용할 뿐이다. 여기에 옳고 그름은 없다.



생각해보면 옳고 그름을 가린다는 것은 이미 굉장히 주체적인 사고방식이다. 이는 누가 맞았고 누가 틀렸는지를 가려내겠다는 건데, 진화에 있어서 하나의 종이 어떻게 변용할지는 한 개체가 스스로 결정했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외부가 결정한 것도 아니고 단지 그 마주침이라는 사건이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무의미하다. 나는 그것을 모르고 여지껏 치열하게 시비를 가려왔던 것이다.


대체 무엇을 위한 시비였을까? 시비를 따지며 나는 결국에는 가려내고 싶었던 것 같다. 좋든 나쁘든 누가 이 결과의 원인인지를 가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원인을 가려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미 내가 해당 사건을 어떤 독립적인 개체가 스스로 내린 판단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고 본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런 나에게 전시회에서 본 두개골들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박물관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두개골들을 잘 전시해두었다. 그 변화들의 원인을 어느 하나라고 딱 잡아 말할 수는 없었다. 식물만 먹던 이들도 있었고 고기를 먹던 이들도 있었다. 그에 따라 이빨 크기도 달랐다. 그들의 이빨 크기 하나하나에 기후와 온도를 포함해서 개체 하나하나의 성격과 특징 등 수많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었다.



시비를 가려서 나는 “이것 때문이야”를 밝히고 싶었지만 전시를 보고 난 후에 나는 그 ‘이것 때문’이라는 말이 가능한 것도 결국에는 내가 그 ‘이것’과 함께였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인을 밝히는 것보다 내가 그것과 함께라는 것을 알고, 그것과 어떻게 함께 해나갈지, 그것과 어떻게 만날지, 그리고 그 만남 위에서 어떻게 나를 변용해나갈지를 고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1. 7. 1. / 인류학 세미나 시즌2 / <호모 사피엔스 : 진화∞관계&미래?> 전시회 인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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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첸나이맥도날님의 댓글

첸나이맥도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오우! 저는 쌤의 이 글을 보고 쌤이 글쓰기 수련과 활동이라는 환경에
이제는 적응이 되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돠미쏠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