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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학기 5주차 밴드-되기 후기 이유진입니다.
이번 주는 『正義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 두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발제자는 은샘, 쑥, 준혜였구요. 다들 이번 주에 책을 재미있게 읽고 온 것 같았습니다.
발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는 않았습니다. 은샘의 발제의 핵심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나눈 것이 다인 것 같군요. 다른 발제에 대한 이야기는 책을 가지고 세미나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언급되었답니다.
사실 세미나 시간 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서 정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을 위주로 후기를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리 호이나키는 책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제도화의 악마적인 부분에서 어떻게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우선 들었던 의문은 제도화가 어째서 ‘악마적’이냐는 것이었죠.
저희가 생각했던 이유로는 제도화가 우리의 생활을 추상적으로 만들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의문이 듭니다. 생활을 추상적으로 만드는 게 왜 악마적이냐는 것이죠.
그때 하늘이가 본인의 사례를 얘기해주었습니다. 예전에 할머니를 양로원에 보내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곳의 처우가 그다지 인간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양로원의 사람들에게 큰 소리를 치고 따지며 할머니를 빼내오기에는 상황이 여의치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사례를 들으니 제도화의 악마적인 면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짐작이 가더라고요. 제도화가 이루어지면서 저희는 ‘명확한 선택’을 못 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하늘이의 상황처럼 제도화가 이루어지면서 저희는 ‘할머니를 양로원에 지내게 한다 / 할머니를 빼내와서 함께 산다’의 두 선택지밖에 가지지 못하게 된 거예요. 꼭 이게 아니더라도 모든 선택지를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그게 아니라면 제도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을 ‘안 한다’의 방식으로밖에 생각을 못하게 되었고, 때문에 저희의 선택도 굉장히 추상적이게 된 거죠. 저희의 실제 생활을 바탕으로 생각해본다면 여러 가지 방법(예를 들어 리 호이나키처럼 아버지를 병원에 지내게 하면서도 쓸데없이 귀찮게 하는 의사들의 질문 등으로부터 아버지를 보호하는 것)들을 생각해낼 수 있을 텐데도 말이죠.
정리하자면 제도화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추상적으로 만들어내고, 그 때문에 내가 나에게 적합한 선택을 할 수 없게 한다는 점에서 악마적인 것이 아닐까요? (세미나 시간 때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긴 했으니 함께 정답을 내리고 간 것은 아니라… 제 뇌피셜도 일부 들어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악마적인 제도화로부터 어떻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있을까요? 준혜의 해답은 타인을 인식하는 것이었습니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이 말도 많이 추상적이긴 하죠. 도대체 타인을 인식한다는 건 무엇이고 타자를 인식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리 호이나키는 아버지의 삶을 관찰하였죠. 정말 타인의 삶, 생활을 ‘바라봄’으로써 타자를 인식하고, 삶을 구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그는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 바라봄 자체도 저희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리 호이나키는 제도화가 시작되어가던 격동의 시대에 살았기에 그래도 제도화 전 시대의 삶을 경험해보았겠지만, 저희는 이미 철저히 제도화된 사회 속에서 태어난 세대이기 때문에 리 호이나키보다 그 감각을 익히기가 너무도 어렵다는 게 저희의 결론 아닌 결론이었습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더 배우고 분발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겠지요.
타인을 바라보고 인식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그저 보고자 애를 쓴다고 타인이 인식이 되는 것일까요? 봄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 않나요. 리 호이나키의 봄은 정말 그 사람을 느끼게 되는 봄인데, 저희는 종종 그저 행동을 분석하는 봄을 행하곤 하는 것 같습니다.
리 호이나키식의 바라봄… 그 감각을 정말 익히고 싶네요…^^
(사담이지만 리 호이나키가 바라봄을 강조할 때 스피노자 세미나에서 읽었던 『벤투의 스케치북』이 생각났습니다. 거기서는 단지 관찰하고 분석하는 식의 바라봄도 계속 하다보면 그 성격이 바뀌어 상대의 존재 자체를 볼 수 있게 된다는데. 리 호이나키의 바라봄은 바로 그런 식의 바라봄일까요? 어쩌면 정말로 보는 것이 안 되는 저희는 일단 애써서 보는 것부터 먼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건 세미나 이후의 제 생각!)
『正義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 정말 재미있지만 결코 쉬운 책은 아니네요. 너무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인 것 같아요. 다음 주 발제자들이 힘내서 이 책의 깊은 내용들을 발제문에 녹여주겠지요?^^ 다음 주는 근영샘도 세미나에 들어오시니 정말 기대가 됩니다.
그럼, 이번 후기는 여기서 아쉽게 끝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