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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비전탐구시간에는 보르헤스의 책 『픽션들』에 대해 이야기 하였습니다. 보르헤스가 쓴 책들은 읽기가 힘듭니다. 보르헤스 특유의 글을 꼬아서 쓰는 방식이 있는데, 읽으면서 글 내용이 한 번에 들어오지 않고 미묘하게 여러 번 생각해보아야 하는 글입니다. 그만큼 직설적으로 쓰지 않고 뭔가 비슷한 맥락을 반복하면서 독자가 내용을 추론 하게 합니다.
내용이해가 어렵기 때문에, 이번 1학년 3학기 때 보르헤스의 작품을 읽을 때는 발제를 쓰지 않고 줄거리를 설명해보는 방식의 글을 한 장정도 쓰기로 하였습니다.
저는 『픽션들』에서 남부 편의 줄거리를 요약했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어떤 사람이 폐혈증에 걸리면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주인공은 본인이 병에서 회복되어 병원에서 퇴원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소설 속에서 실제로 주인공이 병원에서 벗어나게 됐는지는 불분명하게 쓰여 있다는 점입니다. 퇴원해서 나서는 길에 뜬금없이 술집에서 불량배들을 만난다던가, 그 술집 주인이 자신의 이름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던가, 시간과 관련된 여러 표현들을 읽으면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이게 진짜 현실일까? 사실 주인공은 병원에서 퇴원하지 못한 상태이지 않을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보르헤스가 쓴 이야기들은 현실이 진짜 현실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보르헤스는 나의 확고한 믿음이 사실은 사실이 아니고 꿈일 수도 있다는 말을 합니다. 견고해 보이는 현실일지라도 이리저리 가볍게 비틀어 보면 새롭게 볼 수 있다는 말로 이번 세미나를 마치었습니다.
그 다음 비전연마 시간이 왔습니다. 이번 비전연마 시간에는 『낭송 토끼전』을 읽었습니다.
비전탐구시간에는 이제부터 남은시간까지 낭송을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태림이 쓴 토끼의 잔꾀에 대한 내용의 씨앗글쓰기를 같이 읽었습니다. 토끼는 꾀가 많아서 무지를 간파하고 거기서 물흐르듯 자유롭게 용궁을 탈출 합니다. 씨앗 글쓰기에서 태림의 이야기가 좀더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이 들어왔습니다. 토끼의 잔꾀가 지혜로워서 내가 토끼에게서 배우고 싶은 점이 있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살기 위해서라면 나도 토끼처럼 상대의 무지를 간파해서 거짓말을 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토끼의 입장을 제가 되어본다면, 저는 어벙벙하게 있다가 그냥 죽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이번에 읽는 낭송집은 토끼전과 심청전 두 개로 합쳐있습니다. 다음시간에 읽을 부분은 심청전입니다. 책의 표지가 검은색인데 이 검은색은 물의 색을 뜻합니다. 물은 또 함축되어 있는 힘, 지혜, 생명을 뜻합니다. 그래서인지 책은 토끼전 이야기와 심청전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물 흐르듯 유연한 지략과 지혜를 보여줍니다.
토끼가 용왕을 속이는 장면을 돌아가면서 다 같이 낭송하며 이번 지성연마 시간을 마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민주입니다. 연극도 연습이 한창인데요. 반복되는 연습에 어떤 말을 써야할지 잘 모르겠네요..ㅎㅎ 같아 보여도 자세히 보면 다른 점이 있겠죠? 저번 연극 수업을 상기해봐야겠습니다! 마음을 내려놓을 수록 캐릭터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뭔가 잘하고 싶은 마음,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자의식들이 연기를 하면서 올라오곤 하는데요. 그럴 때면 집중력이 갑자기 확 사라지더라구요. 부끄러워지고요. ㅎㅎ 그래서 잘했던 것도 오히려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신기하게도 집중할 수록 행동과 말투와 표정도 달라집니다. 순간적으로 그 캐릭터에 빙의가 되면서 정말 그 캐릭터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하게 되는거죠. 그런데 재밌는 점은 밖에서 보는 관객들도 보인다는 점입니다. 집중하면 달리지는 기운이 관객석에서도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저희의 목표는 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에 집중하는 것이지 않을까요? ㅎㅎ
연극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오는데요. 더 열심히 연습해야겠습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