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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탐구>
이번 주 수요일은 나루에서 문쌤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가 요즘 커다란 염세주의에 빠져서 어느 활동에도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프로그램을 그만둘까 하는 고민에 빠질 정도로 기나긴 방황을 해왔는데요, 그래서인지 수업의 방향은 개인면담과도 비슷한 분위기로 흘렀습니다..ㅎㅎ 사전에 이런 분위기를 예감했던 탓이었을까요, 평소에 깊은 근심으로 다가왔던 불교적 세계관과 윤회론적 분위기를 풍기는 보르헤스의 단편 ‘바벨의 도서관’을 수업시간의 발제로 가져왔습니다.
우연이라는 것이 존재할까요? 무작위로 찍어낸 책들 중에서 내게 꼭 맞는 책을 찾을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확률이 필요할까요? 0%의 확률에 가까울 겁니다. 만약 구성이 다른 책을 무한히 찍어낼 수 있다면 확률은 의미가 없게 되겠지요. 바벨의 도서관은 무한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구성하고 있는 알파벳과 분량은 한계가 있음에도 도서관은 무한하기 때문에 내가 찾고자하는 책은 어딘가에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무한에는 끝이 없습니다. 책을 표현하는 가짓수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무한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주기성을 띈 채로 반복해야만 합니다.
저는 여기서 ‘계절이 반복되듯 문명사회도 반복되고 자연이 반복되듯 우리 인간도 생을 반복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태어나기까지의 모든 사건들을 확률로 따져본다면 0%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바벨의 도서관처럼 모든 경우의 수를 수용할 수 있는 무한의 시공간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우리’라는 생명의 구성요소로는 무한을 수용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정한 주기로 계속해서 같은 ‘나’로 나고 죽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에 빠지니, ‘나는 불멸하는 채로 끝없는 생의 고통을 경험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이 몰려왔습니다. 여기서 선생님께서는 보르헤스의 해석이 하나도 섞이지 않은 채 저의 관념만 나열한 ‘글짓기’를 썼다고 지적해주셨습니다. 저는 죽음과 윤회를 생각할수록 염세적인 사람이 되어갔습니다. 그런 제게 선생님은 윤회에 대한 두려움이 강해지는 만큼 공부 해보라는 조언을 주셨습니다. 처음엔 ‘모든 인간은 죽음 앞에 무력한데, 공부를 한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회의적인 생각에 잡혀있었습니다. 그래도 공부 외에 다른 방도가 없는 것 또한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성연마>
지난시간 수업을 마치며 1학년 프로그램을 계속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가온 결전의 시간! 바로 오늘입니다. 아무래도 마무리는 해야 하지 않을까.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을 도중에 포기해버린다면 나중에 분명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번 들었던 호정언니의 조언에 오기가 생기기도 했고요..^^ 언니의 조언은 제 삶의 패턴이 여기에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 이었습니다. 저의 패턴은 잘 해오던 결심을 끝에 가서 어그러뜨려 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습관이 지금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보통은 두 달 남짓 남은 경우 그냥 꾹 참고 끝까지 매듭 짓는다.’ 이대로 가버린다면 똑같은 삶을 반복하며 살게 되겠지요.. 두 달의 시간은 작은 씨앗을 심듯 저를 이겨보는 기회로 삼아 정진한다면 또 다른 길이 열리게 되리라는 희망으로 삼아보려고 합니다.
이번 시간에 다룬 고전은 흥보전으로 은정언니의 발제가 있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흥보였지만 연극의 영향 때문이었을까요, 놀부의 상황을 글의 주제로 가져왔습니다. 언니는 놀부의 심술보를 즐거움을 넘어선 패턴화 된 습관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놀부의 패악질이 단순한 악의와 즐거움을 넘어선 업식 이라니! 본인도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상태에 있다고 생각하니 제게 패턴화 된 업식도 함께 돌아보게 됩니다. 보통의 사람들도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행하게 되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스스로도 통제 불가한 업식이 작용한 탓이겠지요.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놀부적인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해봤습니다.
<연극수업>
두근두근 연극시간이 돌아왔습니다.ㅎㅎ 매번 위태로웠기에 항상 두근거렸던 이 시간! 사실 제가 주인공이여서 수업에 임할 때 마다 부담감이 왕왕 많았는데요, 프로그램 하차를 두고 갈팡질팡 하다가 이번에 들어와서야 마음을 확고히 다지고 나니 조금 더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오랜만에 선생님께 칭찬도 받았답니다!(뿌듯 뿌듯)
이번 주 부터는 부족했던 수업일수를 채우기 위해 시작시간을 한 시간 앞당겨서 세 시간씩 연극 연습에 돌입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프롤로그부터 목표로 했던 진도 까지 총 세 번에 걸친 반복연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간 최초로 대망의 4장(5장은 마지막 장^^)연습을 시작했는데요, 아직은 대본숙지가 완벽하지 않아서 대략적인 동선만 맞춰보는 것으로 수업을 마무리 했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만나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