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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글리 4학기 주차 후기입니다. 이번 주는 조광제 선생님의『철학 라이더를 위한 개념어 사전』 7장을 읽고 모였습니다. 발제는 호정과 저(보라) 였고요.
호정이는 ‘세계’라는 개념으로 발제를 해 왔습니다.
객관적이고 실체적인 세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으로서의 주체와 사물들이 구체적인 관게를 맺으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뒤엉켜 만들어내는 의미 복합 내지는 상황으로의 세계만이 있다”는 것에 대해 썼는데요.
‘자본주의’라는 세계를 ‘추상적’으로 막연하게 인식할 때는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막연하 걱정만 가득했다.
연구실에 와서 백수의 삶을 살아보니 연구실에 오기 전 막연히 그렸던 ‘백수’와 실제로 깨봉에 살면서 느낀 ‘구체적’인 백수의 삶이 달랐다.
자본주의도 마찬가지. 추상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구체적이고 복합적인 주변 전체를 관찰하고 그로부터 윤리를 만들어내자!
이런 흐름으로 썼습니다. 근영 샘께서 이 사례는 ‘추상과 구체’라는 개념에 대한 이야기 인 것 같다고 하시면서 1. 추상과 구체로 개념을 정리하거나, 2. 가져온 개념(‘세계’)에 비춰 사례를 봐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세계’라는 개념을 가지고 쓴다면, ‘자본주의’가 순수한 객관세계로 존재하고 있어 나는 개입할 수 없고, 그래서 무력하다고 생각했는데 > 내가 자본주의를 구성하고 있는 세계 내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요런 식으로 전개될 수 있는 것이지요.
‘세계’라는 개념에서 중요한 지점은 세계를 나와 동떨어져 존재하는 것으로 보는가, 나와 관계 맺고 있는 장으로서만 존재한다고 보는가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추상과 구체에 대해 쓴다고 하더라도
‘추상적인 것에는 개입할 수 없다’라고 쓴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추상이야 말로 내가 개입할 수 있는 지점이 많지 않냐고 하시면서요.
저는 대상에 대한 규정이 지평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가지고 발제를 했습니다.
- 지평에 따라 대상에 대한 규정이 달라질 수 있으니, 더 본질에 가까운 지평을 보겠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는 대상을 마치 사물처럼 생각한 것이다.
- 니체 평전을 읽고 그의 우정관이 마음에 걸렸다. 내 말을 들어줄 사람만을 친구라고 생각했으며, 바그너와 비슷했다는 것. 그런데 친구가 연암 또한 자신을 알아봐 줄 지기를 찾았다고 말해줌. 니체가 다르게 보였다.
- 실제 니체가 어땠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어떤 지평에서 보느냐에 따라 니체(대상)이 다르게 지각되는 것이니 본질을 찾기보다 지평을 넓히다!
이런 식으로 썼는데요. 근영샘께서 여러 가지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우선 제목을 ‘대상에는 본질이 없다!’라고 썼는데. 대상은 인식론적 층위에 있는 개념이고(대상은 주체와 짝입니다! 주체의 작용 없이 대상은 존재할 수 없죠), 본질은 대상과 짝으로, 존재론적 층위에 있는 개념인데요. 차원이 다른 두 개념을 섞어서 썼다는 것에 대해 짚어주셨습니다^^;;
더불어 제가 서두에 쓴 내용을 보시고는, 앎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이를테면 책과 내가 함께), 대상에 앎이 있고, 그걸 아는 것이 정답이라고 여기는 것은 아닌지 물어보셨습니다. 이는 마치 주체의 작용 없이 인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고요.
그리고 ‘외적 지평’과 특히 ‘내적 지평’을 제대로 소화하지 않고 서사화를 했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외적 지평은 대상과 대상과의 관계에, 내적 지평은 나와 대상과의 관계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외적 지평을 아무리 넓혀도 조망권(내적 지평)은 동일할 수 있는 것이죠.
저는 ‘니체’ 옆에 ‘바그너’만 있을 때와 다르게 ‘연암’까지 있을 때 니체의 우정관이 다르게 보였기 때문에 ‘외적 지평’이 넓어졌다고 보았는데요. 선생님께서는 (외적) 지평이 좁은 문제가 아니라 대상의 한 면만을 보고 전부라고 생각했다가, 다른 면을 보게 된 것이 아니냐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니체가 맺고 있는 관계가 달라진 게 아니라 니체와 저의 관계가 달라졌기 때문에 내적 지평이 달라진 것이죠.
물론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제가 대상을 규정하는 것이 대상 자체에 없고 지평에 의해 규정된다는 식으로 썼다는 겁니다^^ 분명 직접적인 규정은 대상이하며, 간접적인 규정은 지평이 한다는 부분을 읽었음에도 말이죠^^;;
끝으로...
나한테 벌어진 사건을 알아채는 건 왜 이리 어려울까요^^;; 뭐가 재미있는지, 나에게 어떤 게 다가왔는지를 정확하게 알아차려서 개념을 정리해오라는 말씀을 다시 한 번 해주셨습니다^^ 다음 주면 개념글쓰기도 끝이 납니다! 달팽 & 진솔이의 '자신에게 벌어진 사건을 알아챈 글'을 기대하며 달팽이의 후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지지난 수업 마치고,
무려 30주 동안 영어수업을 해주신 줄자 샘께서
30주 완주(?)를 기념하며 맛난 점심을 사주셨는데요
(30주 수업도 맛난 점심도 감사해요 줄자샘!).
사진을 첨부하려다 문득 생각이 나서 올립니다.
사진은 근영 샘께서 찍어주신 것을 부분 발췌(?) 했어요.
남산 산책로에 아직 단풍잎을 떨구지 않은 나무들이 있으니,
깨봉 오시면 남산 산책 하시길~^^!